작물은 겨울철의 추위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생리적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환경 조건이 극심하거나 급변할 경우, 작물은 '한해(寒害)'라 불리는 피해를 입게 되며 이는 작물 생존과 수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한해는 온도에 따른 동해, 상해, 건조해 등으로 구분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포결빙과 기계적 손상은 생육장애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동결과 융해의 반복은 피해를 심화시키며, 작물의 내동성(耐凍性) 또한 품종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겨울철 작물 생육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한해의 종류, 동해의 생리적 기작, 그리고 작물의 내동성 확보와 관리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한해의 종류와 작물 피해 양상
한해는 겨울철 저온에 의한 작물의 피해로서, 크게 동해, 상해, 건조해, 습해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동해는 작물 조직 내부에 결빙이 발생하여 세포막과 기관을 파괴하는 피해로, 보통 -2℃ 이하의 온도에서 발생합니다. 상해는 주로 봄철에 일시적으로 온도가 급강하하여 발생하며, 과수나 맥류 등에서 잎이나 줄기가 손상됩니다. 특히 상주해는 서릿발 현상에 의해 토양 속 수분이 동결, 팽창하면서 작물 뿌리를 들어 올리는 형태로 맥류의 피해가 대표적입니다. 반면 동상해는 저온의 지속으로 지표면 바로 아래에서 세포 파괴가 일어나며, 뿌리의 동결이 주요한 원인이 됩니다. 건조해는 토양이 동결되어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거나, 겨울철 강설이 적어 지표면이 건조해지면서 발생하는데, 주로 뿌리가 얕은 천근성 작물에서 발생 확률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습해는 겨울철 따뜻한 기후와 많은 강설로 인해 지하수위가 상승하고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저심수 작물에서 발생합니다.
2. 동결의 기작과 동해 발생 메커니즘
동해는 세포 내 혹은 세포 외의 결빙 현상으로부터 시작되며, 두 가지 주요 기작으로 설명됩니다. 첫째는 '세포외 결빙'으로, 세포간극에 먼저 얼음이 형성되어 삼투압 차이로 인해 세포 내 수분이 빠져나가고 결국 세포가 탈수 상태가 되며 생리 기능이 정지되는 현상입니다. 이로 인해 원형질막이 위축되고 세포벽과의 밀착력이 약해져 손상이 유발됩니다. 둘째는 '세포내 결빙'으로, 매우 낮은 온도에서 물이 세포 내에서 직접 결빙하면서 발생합니다. 이 경우 결정화된 얼음이 세포소기관을 물리적으로 파괴하게 되어 회복이 어려운 치명적 손상이 발생합니다. 또한 서릿발에 의한 기계적 손상이나, 눈의 해동-동결 반복에 의한 뿌리 들뜸 현상도 동해의 일종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기온이 급변하거나 토양의 보수력 및 배수가 불량한 지역에서 더욱 심하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해 피해는 단기적 저온보다 일교차가 큰 경우, 혹은 융해 후 급속 동결이 반복될 경우 더욱 심화됩니다.
3.작물의 내동성 증진과 재배상의 관리 대책
작물의 내동성은 세포 내 수분량, 당분 축적, 원형질의 성상 등 생리적 요인과 조직의 구조적 특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내동성이 높은 작물은 세포 내 수분이 적고, 당 함량이 높아 삼투압 유지 능력이 뛰어나며, 원형질이 점도가 높고 응고에 저항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단백질의 구조, 특히 SH기가 많은 원형질 단백질은 결빙에 의한 파괴를 줄여줍니다. 작물의 형태적 요인 또한 내동성에 영향을 주는데, 포복형 작물이나 생장점이 지하에 위치한 작물일수록 내동성이 높습니다. 재배적으로는 조기 파종, 적절한 피복재 사용, 휴면 유도를 통해 내동성을 강화할 수 있으며, 특히 휴면기에는 작물의 생리적 활동을 억제하고 에너지를 보존하게 하여 동해를 방지하는 효과가 큽니다. 또한 추파성 품종의 선택과 저온 순화를 통해 내동성 확보가 가능하며, 겨울철 뿌리의 서릿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배수 관리 및 충분한 피복도 중요합니다. 특히 휴면기 해제 시점에서 급격한 온도 상승을 피하고, 점진적인 온도 상승을 유도해야만 한해로부터 작물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습니다.
한해와 같은 기상재해는 단순한 기후 문제가 아니라, 작물과 인간의 끊임없는 적응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동해와 상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 단위의 피해는 생리적 이해와 세심한 관리 없이는 극복이 어렵습니다. 기후 변화가 지속되는 지금, 농업은 더욱 정밀하고 데이터 기반의 대응 체계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한해의 기작을 이해하고 작물별 내동성을 고려한 설계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안정적인 생산으로 가는 길이라 믿습니다. 앞으로는 농업 기술뿐 아니라 작물과 환경을 연결하는 ‘감각 있는 재배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