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생태계는 식물의 생육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 중심에는 다양한 토양 미생물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미생물은 단순히 뿌리 주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작물의 생장을 직접적으로 돕거나 토양 내 영양분의 순환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토양 미생물은 질소 고정, 유기물 분해, 병해 억제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농업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반면 일부 미생물은 작물 생육에 해를 끼치거나 질소의 손실을 유발하는 등 주의가 필요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본 글에서는 토양 미생물의 종류와 그 기능, 그리고 유익성과 유해성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토양 관리 전략에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1. 토양 미생물의 주요 종류와 특성
토양 내 미생물은 조류, 사상균, 방사상균, 세균, 바이러스 등으로 분류되며, 각기 다른 기능과 생육 환경을 가집니다. 조류는 엽록소를 가진 광합성 생물로, 특히 남조류는 질소 고정 능력이 탁월하여 토양 비옥도 향상에 기여합니다. 사상균은 곰팡이류로 대표되며 호기성이고 유기물을 분해해 생장에 필요한 에너지와 균사를 생성합니다. 특히 담자균은 식물 뿌리와 공생하며 '균근(mycorrhizae)'을 형성, 식물의 인산 흡수와 내건성, 내병성을 증진시킵니다. 방사상균은 세균과 곰팡이의 중간적 특성을 가지며, 병원성균을 억제하는 생리활성을 지니고 있고, lignin, keratin 등 난분해성 유기물을 분해합니다. 이 중 Actinomyces odorifer는 토양 특유의 흙냄새를 생성하는 대표적인 균입니다.
세균은 토양 미생물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존재로, 질소 고정, 암모늄화, 질산화 등 필수적인 영양소 전환에 깊이 관여합니다. 자급영양세균은 간단한 무기화합물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고, 대표적으로 질산균과 황세균이 있습니다. 타급영양세균은 유기물을 분해하여 생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으며, 질소고정세균, 암모늄화세균, 섬유소분해균 등이 이에 포함됩니다. 세균은 산소의 필요 유무에 따라 호기성 세균과 혐기성 세균으로도 구분되며, 각각 질산화나 질산 환원 같은 토양 내 질소 순환 과정을 담당합니다.
2. 토양 미생물의 역할: 유익성과 생태적 가치
토양 미생물은 다양한 생화학적 과정을 통해 작물 생육에 유익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역할은 질소의 고정입니다. 공기 중 질소(N₂)는 식물이 직접 사용할 수 없는 형태이지만, 질소고정균은 이를 암모니아(NH₄⁺)로 전환해 식물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과정은 공생적으로 일어나기도 하며, 콩과식물의 뿌리혹에 서식하는 Rhizobium균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단독 생활을 하는 질소고정균(Azotobacter, Clostridium 등)도 존재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토양 내 질소를 확보하는 데 기여합니다.
질산화 작용은 암모늄 이온(NH₄⁺)이 아질산(NO₂⁻)과 질산(NO₃⁻)으로 산화되는 과정으로, nitrosomonas, nitrobacter 등 특정 세균들이 관여합니다. 이로 인해 작물이 쉽게 흡수 가능한 형태의 질소가 제공됩니다. 또한 미생물 간 길항작용(antagonism)은 병원균의 활성을 억제하여 토양병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토양 내 철(Fe), 망간(Mn) 등의 미네랄이 미생물의 작용으로 안정화되어 과잉 흡수에 따른 작물 피해를 방지합니다. 유기물 분해 과정에서는 암모니아화, 질산화, 황산화 등 여러 무기화 작용이 일어나며, 미생물은 유기물을 분해하여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합니다.
또한, 토양 미생물은 식물 뿌리 주변에 근권(Rhizosphere)을 형성해 생물활성을 증진시키며, 이로 인해 양분 흡수가 원활해지고 뿌리의 신장 또한 자극됩니다. 특히 내생균근과 외생균근은 뿌리 표면을 확장시켜 수분과 인산의 흡수를 증진시키며, 내염성, 내건성, 내병성의 향상에도 도움을 줍니다. 미생물은 입단 형성을 유도하여 토양 물리성을 개선하고, 세균이 분비하는 점질물질(polyrunide)은 입단을 더욱 안정화시켜 통기성과 보수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합니다.
3. 토양 미생물의 유해 작용과 주의사항
이처럼 다양한 유익한 역할을 수행하는 토양 미생물이지만, 일부는 작물 생육에 해를 끼치거나 토양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유해 작용은 탈질 작용입니다. 탈질세균은 질산(NO₃⁻)을 NO₂⁻, N₂O, N₂로 환원하여 대기로 휘산시켜, 토양 내 유효 질소를 손실시킵니다. 이는 환원 조건에서 주로 발생하며, 질소 비료의 이용 효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또한, 황화합물(시스테인, 메티오닌 등)의 분해로 인해 황화수소(H₂S) 등의 유해 가스가 생성되며, 이는 작물 뿌리에 독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질소기아현상 또한 주의할 부분입니다. C/N율이 높은 유기물이 과도하게 토양에 공급되면, 미생물이 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질소를 흡수하게 되어 일시적으로 작물이 사용할 수 있는 질소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는 초기 생육 지연을 일으키며, 작물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미생물은 토마토의 세균병, 감자의 시들음병, 채소류의 뿌리썩음병, 모잘록병 등 다양한 작물병을 유발하기도 하며, 이런 병원균의 방제를 위해 소토, 열소독, 약제 처리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 외에도 두더지, 달팽이, 굼벵이 등 해로운 토양동물 역시 토양 생태계에서 병원균과 함께 작물 뿌리를 손상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양 미생물의 균형을 고려한 유기물 시용, 유용균 제제 활용, 토양 환기 및 수분 관리 등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한편, 1g의 토양에는 세균 1,690만 마리, 방선균 134만 마리, 사상균 20만 마리 등 어마어마한 수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들의 활동이 작물 생장과 직결됨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