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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답, 간척지답, 습답

by sosoegg 2025. 4. 29.

논은 우리나라 식량 생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재배지입니다. 그러나 동일한 논이라 하더라도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특성은 매우 다양하며, 그에 따른 관리 방식과 재배 전략도 달라져야 합니다. 특히 노후답, 간척지답, 습답 등은 작물 생육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지니고 있어, 각 토양의 특성에 맞는 이해와 개량이 필요합니다. 본 글에서는 이 세 가지 논토양의 유형을 중심으로 주요 특징과 문제점, 그리고 실질적인 개량 및 재배 관리 대책에 대해 정리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농업 현장에서 보다 효과적인 토양 관리와 작물 생장 최적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후답, 간척지답 , 습답

1. 노후답: 양분 용탈로 인한 작물 생육 불량

노후답은 Fe, Mn, P, K, Ca, Mg, Si 등의 성분이 작토층에서 용탈되어 결핍된 논을 말하며, 주로 장기간 동일한 장소에서 경작이 이루어진 논에서 나타납니다. 이러한 토양은 뿌리 주변에 산소가 부족하고, Fe, Mn 등이 환원 상태로 변하여 용탈되며, 이들이 심토층에 도달해 다시 산화되어 축적됩니다. 그 결과 작토층은 양분이 부족해지고, 특히 철분이 부족하면 벼 뿌리가 회백색으로 변하며, 뿌리 기능이 저하되어 생육장애가 나타납니다. 이러한 현상을 '추락현상'이라고 하며,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벼 잎이 아래에서부터 말라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노후답의 개량 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심경을 통해 심토층에 침적된 철분을 작토로 다시 끌어올릴 수 있으며, 둘째, 함철자재나 갈철광, 퇴비철 등 철 함유 비료의 시용을 통해 부족한 철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셋째, 산의 붉은 흙이나 연못 바닥의 점토질 흙을 객토하여 Fe, Si, Mg, Mn 등 다양한 성분을 공급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넷째, 규산질 비료를 통해 규산, 칼슘, 철, 마그네슘 등을 함께 보급함으로써 복합적인 토양 영양 개선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후기영양을 보충하기 위한 덧거름 시비 및 엽면시비, 그리고 황화수소 저항성 품종을 선택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2. 간척지답: 염류 집적과 산성화 문제

간척지답은 바다를 매립하여 조성된 토양으로, 암석 풍화물의 퇴적층이 모재가 되며, 비옥도는 높지만 염류 농도가 높고 산성화 가능성이 큰 토양입니다. 간척지의 대표적인 문제는 나트륨 이온 과다로 인한 투수성 저하, 높은 염분 농도로 인한 생육장해, 해면 아래 집적된 황화물의 산화로 인한 강산성 발생 등입니다. NaCl 함량이 0.3% 이상이면 벼 재배가 불가능하고, 0.1~0.3% 사이에서는 염해 발생 우려가 있으며, 0.1% 이하에서만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합니다.

간척지답의 개량 방법은 다양합니다. 첫째, 담수법과 명거법, 여과법 등을 통해 염분을 씻어내는 물리적 방법이 활용되며, 둘째, 석고나 생고, 기타 토양개량제를 이용하여 물리성을 개선합니다. 셋째, 석회와 규산석회를 시용하여 산성을 중화하고 양분을 보급하며, 황산근 비료(황산암모늄, 황산칼륨 등)의 사용은 금지됩니다. 넷째, 내염성 작물이나 품종(예: 유채, 목화, 순무, 양배추, 계화벼 등)을 선택하여 안정적인 재배를 도모합니다. 다섯째, 조기재배나 휴립재배를 실시하여 뿌리의 염분 흡수를 줄이고 생육 시기를 조절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3. 습답: 유기물 분해 지연과 환원성 해악

습답은 지하수위가 높고 연중 습윤 상태가 지속되며, 유기물 분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미숙유기물이 축적되고, 혐기성 조건에서 분해되며 유기산이 다량 생성되어 뿌리 생장을 방해합니다. 특히 고온기에는 메탄생성균에 의해 메탄이 생성되고, 이는 벼의 통기조직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방출되어 지구온난화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황화수소(H₂S) 등의 환원성 유해물질이 뿌리 주변에 집적되어 근부현상(뿌리썩음)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습답은 미숙유기물 사용을 금지해야 하며, 메탄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간단관개가 어려운 만큼, 사전에 투수성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암거배수를 통해 환기성과 투수성을 확보하고, 철분을 객토하여 환원성 해악을 억제합니다. 또한 석회나 규산석회를 통해 산성 완화와 양분 보급을 동시에 진행하며, 이랑재배를 통해 침수 피해를 줄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유사한 특성을 가진 이탄답의 경우, P, K, Si의 결핍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들 성분을 보충하고 배수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합니다. 논의 적정 투수량은 1일 15~25mm이며, 증발산까지 고려한 감수량은 1일 20~30mm 정도가 바람직합니다.

노후답, 간척지답, 습답은 모두 서로 다른 원인과 특성을 지닌 논토양이지만, 결국 이들 모두는 재배자의 관리에 따라 생산성을 좌우하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특수 토양들을 단순히 '문제 토양'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 숨겨진 가능성과 생태적 다양성의 가치를 높이 평가합니다. 지역 특성에 맞춘 과학적인 개량 노력과 지속적인 관찰은, 한계 토양도 충분히 생산 기반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기후변화와 환경 이슈가 더욱 부각되는 시대에, 이러한 논토양에 대한 섬세한 이해와 대응은 지속 가능한 농업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재배 환경 속에서 최적의 해결책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