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은 생장과정에서 다양한 환경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이러한 스트레스는 생리적 불균형을 초래해 생육 저해는 물론 수량과 품질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작물 스트레스는 물리적, 화학적, 생물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주요 유형으로는 광 스트레스, 도복, 수발아, 금수해 등이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들 스트레스의 원인, 발생 조건, 피해 양상 및 대책에 대해 상세히 정리하고, 농가에서의 실천적 관리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 광 스트레스와 도복
광 스트레스는 특히 여름철 고온기, 맑은 날 햇볕이 강할 때 발생하기 쉬우며, '솔라리제이션(solarization)'이라 불리는 현상은 강한 햇빛 아래 노출된 잎이 타서 죽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광화학적 반응으로 생성되는 활성산소종(superoxide, O₂⁻ 등)이 엽록소를 파괴하고 식물체 내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작물 생육을 저해합니다. 이 현상은 광보호색소인 카로티노이드(carotenoid)의 산화 및 환원 사이클의 균형이 무너질 때 발생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차광이나 시기 조절이 필수적입니다.
도복(lodging)은 벼, 밀 등 화곡류에서 흔히 발생하며, 줄기나 근부의 약화, 지나친 비료 사용, 강풍, 병해충 피해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합니다. 특히 수확기 직전에 도복이 발생하면 수량 손실과 품질 저하가 심각해지며, 수분이 많은 상태에서 발생한 도복은 병해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대책으로는 질소 비료 과다 시비 억제, 규산 시비, 저도복 품종 선택, 적기 배토 및 토양 배수 개선 등이 있으며, 생장조절제의 적절한 활용도 중요합니다.
2. 수발아와 금수해 피해
수발아(viviparity)는 이삭이 익기 전에 종자가 포장에서 발아하는 현상으로, 맥류와 벼 등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이는 주로 출수 후 강우가 지속되거나 고온다습한 기상 조건에서 발생하며, 수발아가 일어나면 쌀 품질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대책으로는 조기 수확, 수발아 억제제를 활용한 경엽처리, 배수 개선과 더불어 조생종 품종 선택이 효과적입니다. 특히 일본, 만주, 인도 품종들은 수발아 억제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수해(禽獸害)는 작물 재배지에 조류, 설치류, 멧돼지, 두더지 등 동물에 의한 피해를 말하며, 특히 파종기나 수확기에 피해가 집중됩니다. 조류는 반사판, 허수아비, 음향기구로 방지할 수 있으며, 두더지나 멧돼지 등은 울타리 설치, 기피제 살포, 야생동물 방지용 전기펜스 등의 방법이 활용됩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 센서를 활용해 야생동물 접근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방어하는 시스템도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3. 복합 스트레스 대응 전략
작물은 한 가지 요인뿐 아니라, 광·수분·영양·기온·병해충 등 여러 스트레스가 중첩되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온과 수분 부족이 동시 발생하면 광합성이 억제되고, 과도한 활성산소 생성으로 인해 엽록소 파괴와 잎 마름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런 복합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작물별 생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합니다.
예방적으로는 토양 개량 및 유기물 관리, 멀칭 및 배수로 확보, 차광망 설치, 적기 파종과 시비 등 다양한 농업 기술이 활용됩니다. 또한 생리활성을 높이는 해조추출물, 아미노산, 항산화 물질 등을 이용한 엽면시비나 생장조절제 활용도 효과적입니다. 최근에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해 스트레스 내성을 높인 작물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작물 스트레스는 단순한 피해 요인이 아니라, 전체 생육 주기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입니다. 농업 현장에서의 작은 방심이 작물 전체의 생산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매 단계에서의 세심한 관찰과 조기 대응이 요구됩니다. 필자는 작물 스트레스에 대한 이해와 대응이야말로 진정한 농사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기후 위기 시대, 이러한 스트레스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하길 바랍니다. 작물도 결국 생명체인 만큼, 그들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섬세하게 돌보는 것이 지속가능한 농업의 핵심이라 믿습니다.